「이사」, 소마이 신지

사랑을 중지하지 않으려 발명해 버린 애도

양석준··수정됨 2026년 4월 16일

상대의 도구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으로 오독되는 사랑과 결혼은 손쉽게 가족을 조립하고 해체한다. 환상이 걷어내어지고 마침내 타자를 처음 마주한 그들은 즉시 압도되며 낯선 불편감을 버티지 못하고 안락한 상태로의 회피를 열망한다. 부모간의 갈등을 통해 가족이 파편화 되는 과정에서 아이는 가족과 사랑, 영원에 대한 점진적 상실을 겪으며 애도의 발명을 강요받는다.

시선의 초점이 되는 인물이자 어린 아이인 렌은 자주 알고 있다는 말을 한다. 렌의 어머니는 가정의 운영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선포한다.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자리에서 통제한다는 감각을 통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그녀 나름의 묘책이자 감정 회피의 수단이다. 렌은 선포된 규칙이 의미하는 것을 알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의도치 않게 감정과 함께 회피된 것은, 순수한 표정으로 수차례 그녀의 위선에 눈 감으며 행복했던 가족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머니를 향한 렌의 소망이었다.

부모에게 렌은 아직 어려 그들의 숭고한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자녀이다. 불편감을 견디지 못한 그들의 유아적 해결책인 관계에 대한 전면적 회피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정당화된다. 부모로부터 주체적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타자성을 박탈당한 렌은 여전히 가족 구성원 중 유일하게 가정을 수호하려 노력한다. 렌과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각각 렌은 그들의 상실에 공감한다. 가족이라는 독립적인 세계에서 치르던 의식을 재현하여 그것이 더이상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가족의 의식은 곧장 어머니를 통한 외부 세계의 개입으로 중단된다. 가족을 수호하는 데 번번이 실패한 렌의 자기처벌은 가족과의 거리감을 확인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부모가 단절의 상실감을 체험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물리적 거리를 통한 호소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렌은 부모보다 물리적으로 아래에 위치하거나 바깥에 있는 부모의 안쪽으로 배치된다. 부모에게 렌은 또한 그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며, 자주 부모에게서 도망치는 렌을 붙잡으려는 행동으로 드러난다. 역설적으로 그들이 일관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그들 자신의 부모로서의 존엄성 뿐이다.

학교에서조차 렌은 질문의 형태를 한 외부 세계의 공격에 의해 가족의 해체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가족의 해체를 결코 바란 적 조차 없던 렌에게는 부당한 일이다. 같은 반 아이들은 '알고 있는 상태' 에 돌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오는 만족감을 위하여 그들의 것과 다른 렌의 가족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담임선생님은 그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 방식으로 렌을 공격한다. 렌의 가장 내밀한 세계가 붕괴되는 와중에 일상적인 관심조차 그녀에게 폭력으로 다가온다. 이에 저항하기 위해 사회가 악으로 규정하는 행동을 이해하면서도 내부 세계의 수호를 위해 정당화 해야 한다.

렌을 마침내 보호하려고 시도한,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애도작업의 절차에 대해 알려준 것은 우연히 만난 모르는 할아버지였다. 모르는 할아버지가 전수해준 절대적 대타자를 통해 운명적인 것으로 사건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렌에게 작동하지 않았으나, 마침내 상실을 직면하게 되는 사건이다.

관문을 지나 꿈을 꾸게 되는 것을 기점으로 렌의 애도작업이 시작되며 상실한 상태의 자아를 외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스스로 위로하는 것, 그녀가 상실을 인정함을 통해 마침내 해체가 완결된 가족의 구성원에 축하를 보내는 것을 통해 마침내 종결된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별개의 세계에서 충실해야 할 개념으로 새롭게 인지하는 것, 타자의 현존 속에서 존재하며 그들에 대한 사랑을 발명해 나가는 것 또한 이제 렌은 알고 있다.

타자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은 참기 힘든 고역이다. 그것은 기존에 타자에게 투사해온 환상적 욕망이 걷어내어지는 정확한 지점이며, 그렇기에 억압되고 회피된다.
<이사>는 렌이 애도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타자의 현존과 공존하는 방식의, 교환적 가치 따위는 결코 아닌 사랑을 발명하기를 요청한다. 상실한 자들에게 그것은 애도의 발명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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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소마이 신지 — Tuch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