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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t의 정치

Charli XCX 《BRAT》

이정인··10 min read·수정됨 2026년 8월 22일

Charli xcx(이하 찰리)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BRAT》은 대중과 평단 모두의 극찬을 받으며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중요한 앨범이 되었다. '퀸'의 화려한 삶 이면의 멜랑콜리를 담은 이 작품은 '팝 컬처'에 대담한 도전장을 내미는 듯하지만, 의도적으로 '팝'을 답습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 지점에서, 찰리가 하이퍼 팝과 레이브, 풍화된 디지털 이미지와 'brat'이라는 제목을 병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상업적 성과에 가려진 'brat'을 둘러싼 이미지들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찰리의 의도이고, 이 앨범을 보다 넓은 시각으로 분석해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Brat의 재정의

‘버릇없는’이라는 사전적 정의보다 BDSM의 용어로 더 많이 쓰이는 Brat은, 반항과 동시에 상대가 이를 강제로 제압해 주기를 바라는 성향을 뜻한다. 이 지점에서, (퀴어적 맥락을 차치하더라도) 제목이 주는 강렬함은 다음과 같이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앨범의 주 장르인 하이퍼 팝은 말 그대로 ‘지나치게 과잉된’ 팝이다. 2000년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성행했던 나이트코어에 영향 받은 이 장르는, 당시 정보의 과잉을 겪은 세대*를 중심으로 2010년 즈음에 시도 되었고, A.G.Cook을 비롯한 PC Music 레이블의 아티스트들은 나이트코어에서 특정 요소들을 추출하여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오려 붙이거나, 빨리감는 등의 1차적 변형(나이트코어)에서 나아가, 팝을 소재로써 사용하며 의도적으로 모든 사운드를 뭉개놓음으로써 대중음악, 즉 팝의 문법을 뒤튼다. 그러나 대중음악에 대한 반항심을 토대로 등장한 하이퍼 팝 또한 그의 거대한 영향 안에서 이루어지고 그 안에 포섭된다는 점에서, 찰리가 하이퍼 팝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것은 팝에 반항하면서도 그 질서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BRAT》의 이중성; 대중문화와 하위문화

찰리의 의도는 《BRAT》이 대중적 성공을 거두며 상업화됨에 따라 더욱 명료해진다. 2024년 여름은 그야말로 ‘brat summer’였다. 초록색 바탕에 깨진 검은 폰트가 다인 성의 없는 앨범커버는 순식간에 퍼지며 ‘밈’화 되었고, 틱톡을 비롯한 SNS에는 'brat’의 이미지가 넘쳐났다.

찰리의 개인 블로그(Substack)에 12/10일에 게시 된 「The death of cool」에서 예술의 상업화에 대한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데, 그는 “예술, 영화, 페르소나 혹은 음악이 상업적 수단이 된다고 해서 그것이 ‘쿨’하지 (예술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거부한다.1”고 말함과 동시에 《BRAT》의 내러티브가 대중으로 하여금 변형되고 그로 인해 파생된 수많은 이미지가 상업화될 때 본래의 맥락과 벗어나는 현상을 겪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이유로 《BRAT》의 작업이 다소 지루한 것으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글은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때때로 쿨하고, 파생된 ‘가짜’들이 어쩌면 원본보다 더 예술적일 수 있으며, “옳은 방향과 자신감으로 행하면 어떤 것이든—그것이 의미를 잃은 채 표류하는 이미지로 전락해버렸더라도—쿨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쿨함’은 평생 지속될 수 있나?23” 하는 자조적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블로그의 또 다른 글 「The realities of being a pop star」에서는 ‘팝 스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다루고 있다. 팝 스타를 직업이 아닌 일종의 개념으로 사용하며, “그(팝 스타)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페르소나를 사용하든, 시나리오나 단어를 조작하든 상관없다. 그것이 재미있는 지점이고, 드라마이며, 환상이기 때문이다.”라고 결론짓는다.

두 개의 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는 자신과 작품이 파편화된 채로 표류하는 이미지가 된다고 해서 이를 '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메인스트림인 ‘팝 컬처’의 외부에서 작업하는 게 아니라, 팝 컬처에 서브컬처를 적절히 녹여냄으로써 예술의 상업화 안에서의 변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이어 나간다.

《BRAT》의 이중성; 멜랑콜리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찰리는 데뷔 이래 줄곧 ‘팝 컬처(대중문화)’에 ‘서브컬처(하위문화)’를 녹여내는 실험을 해왔다. “LGBTQ+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커리어를 이어나가지 못했을 것이다.4CHANDREYEE RAY, Charli xcx (2024/04/01).“I wouldn’t have a career without the LGBTQ+ community.”, https://vogue.sg/charli-xcx-cover-story/”라는 제목의 싱가폴 보그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BRAT》은 퀴어 커뮤니티와 그로부터 파생된 여러 문화와 예술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 ⟨360⟩의 뮤직비디오와 《BRAT》의 가사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BRAT》의 ‘퀸’ 또는 ‘파티걸’의 이미지는 화려하지만, 곧 부서질 듯 나약하게 묘사된다. 찰리와 친구들이 ‘새롭고 핫한 인터넷 걸’을 찾는 시퀀스로 시작되는 ⟨360⟩의 뮤직비디오의 “예언을 이행하지 않으면 영원히 멸종될지도 몰라.”와 같은 대사와, “여자로 사는 건 혼란스러워.”, “불안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파티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긴장하고 있어.”와 같은 가사들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퀸’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즉, ‘퀸’의 이미지는 껍데기일 뿐이며, 실제 ‘퀸’은 혼란스럽고, 우울하고, 그러므로 파티를 찾아 나선다. 이처럼 화려한 퀸의 삶 이면에는 멜랑콜리가 자리해있고, 이는 작품이 지닌 퀴어성에서 기인한다.

《BRAT》의 주요 레퍼런스인 하이퍼 팝과 레이브는 LGBTQ+ 커뮤니티에서 발생했거나, 그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폐건물과 공공장소, 클럽 등에서 이루어지는 레이브는 주로 테크노 음악을 틀어놓고, 약물drug을 하며 밤새 춤추는 파티를 뜻한다. 레이브에 깔려있는 멜랑콜리에 대해 메켄지 워크는 『레이빙』에서 이렇게 서술한다. “필요한 것, 몇 비트 아니 수천 비트 동안 존재하지 않기. 여기에도 어디에도. 평소라면 불안과 내달리고 내달리는 생각, 뒤따르고 뒤따르는 의심이 산재하는 이곳에는 이제 중력에만 매인 채 펄떡이고 흔들리는 행복한 육체만이 있다.5메켄지 워크(2023/2025), 『레이빙』, 접촉면, p.48” “레이브는 젠더 디스포리아로부터 자유롭게 해 줄 뿐 아니라, 소외된 노동에서도 벗어나게 해 준다. 혹은 그렇게 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테크노는 정신이 나갈 정도로 내 뇌를 두드리고, 아직 못 보낸 이메일에 대한 끝없는 걱정을 멎게 한다. 특정한 종류의 인지노동, 정동노동이 초래한 심리적 손상은 이 댄스 플로어에서 잠시나마 치료될 수 있다.6” 인용문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는 자신의 경험담, 예컨대 트랜스여성으로서의 정체성, 레이버로서의 정체성 등을 녹여내면서 겉으로 보여지는 레이브의 화려한 모습만이 아니라 그 이면의 고통, 불안, 우울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까지 ‘brat’의 이미지가 띄고 있는 이중성—화려한 삶, 그 이면의 멜랑콜리—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시 돌아가서, ‘brat’이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팝’의 문법에 맞게 서브컬처를 적절하게 사용했기 때문인가? 나는 ‘brat’의 형식 너머의 내용, 즉 멜랑콜리가 대중과 공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문화’ 자체가 파편화되어 더 이상 하나로 묶일 수 없고, 이것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서브컬처 마저 자본주의 안에 포섭되어 상업화 되는 현 상황속에서는 끝없는 무력감만이 총체성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Brat’의 정치

멜랑콜리의 측면에서 《BRAT》이 대중과 공명했다면, 작품이 지닌 정치적 메시지는 지워지는 것인가? 그 안에서 해방구를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다시 말해, 상업화 안에서 정치적 맥락을 읽을 수 있을까? 글의 서두로 돌아가보자. 찰리는 ‘의도적으로’ 하이퍼 팝과 레이브, 풍화된 디지털 이미지와 ‘brat’이라는 제목을 병치했고, 본인과 작품이 상업화되는 것에 긍정적 입장을 취했으며, 그 안에서의 변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이어나갔다.

제 67회 그래미 어워드에서의 퍼포먼스는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The realities of being a pop star”에서 묘사된 팝스타의 모습과 같이) 찰리는 ⟨Von Dutch⟩의 인트로와 함께 검은 벤에서 내려 수많은 ‘파티걸’들이 모여 있는 주차장에서 무대를 하는데, ‘주차장'이라는 장소의 특성은 레이브를 연상케 하고, 그 뒤의 ⟨Guess⟩무대에서는 본격적으로 스테이지에 레이버를 동원해 이를 재현했다. 무대에는 “You wanna guess the colour of my underwear.”라는 가사에 맞게 수백 개의 팬티가 쏟아졌고, 키스 하는 커플, 보깅과 트월킹을 하며 팬티를 던지는 사람들과 한껏 멋을 낸 시상식 장은 극명하게 대치된다. 무엇보다 ‘brat’한 순간이었다.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장식인 그래미 어워드에서 이루어진 레이브의 재현은, 메켄지 워크가 말하는 ‘좋은 레이브’이다. 이는 스펙터클이 지배하는 바깥세상의 균열이며, “여전히 스펙터클이지만 최소한의 형식적인 요소로 축소된 스펙터클, 비트, 연기, 분산되는 빛이며, 순수한 매체 형식을 향한 신앙이다.7” “세상의 끝에서 이 어둠 속에서 어떻게든 그 안에 존재할 길을 찾아 자기를 구하는 방법”을 레이버들은 알고 있다. 그들은 패배하며 성공할 것이다.8"

우리는 겉으로 보여지는 《BRAT》의 이미지 안에 잠재되어 있는 정치적 무의식을 보아야 한다. 《BRAT》이 자아내는 멜랑콜리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이 찰리의 ‘진짜 의도’이며, ‘brat’의 정치가 시작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주석

  1. 1.Charli xcx(2025/12/10), “The Death of Cool”, https://substack.com/home/post/p-181153553
  2. 2.위의 글
  3. 3.Charli xcx(2025/11/21), “The realities of being a pop star.”, https://substack.com/home/post/p-179505702
  4. 4.CHANDREYEE RAY, Charli xcx (2024/04/01).“I wouldn’t have a career without the LGBTQ+ community.”, https://vogue.sg/charli-xcx-cover-story/
  5. 5.메켄지 워크(2023/2025), 『레이빙』, 접촉면, p.48
  6. 6.위의 책, p.105
  7. 7.위의 책, p.154
  8. 8.위의 책,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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